<동이>에는 기대감이 없었다. 이미 할 것을 다해본 이병훈PD에게 기대해볼만한 것은 자신의 경력을 배경으로 일관적인 그의 흐름을 보는 정도였다. 그러니까 사극의 달인으로써 이미 여자주인공을 탄생시킨 그의 연작을 보는 수준이 아닐까 이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랬다. <대장금>과 <이산> 찾기 놀이를 하는 생각이 많았고 이영애를 찾아다니는 한효주 같았다. 그래서 대감독의 그간 역정을 농축시키는 작업이 아닌가 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병훈 감독의 범주를 모르는 한심한 오판이었다.
그가 이번에 보여준 실험은 권위의 찬탈이었다. 카리스마적 권위를 벗고 친근한 미소로 그간 사극의 권력 속에 보여진 권위적 힘을 여성적인 위트로 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숙종 ‘지진희’가 있다.
우리나라 사극을 생각해보면 권위적인 요소가 당연시 여겨지는 마지막 부분이 남아있는 곳이었다. 즉, 왕이다. 절대 권력에 대한 묘사는 항상 카리스마와 강인함 혹은 그와 정반대되는 무능과 광기로 표현되었다. 중간이 없었으며 위트 섞인 해석은 흔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이>의 숙종은 거의 수준을 시트콤까지 내려오면서 권위와 굴림의 자리를 한 인간으로써의 번민을 보여주며, 소통하는 자리로 바꾸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지진희의 세심한 성격이 과장스러운 위트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병훈 PD는 권위에 대한 해체를 사극 <동이>를 통해 정점화했다. 정치적 배경에서 비정치적 배경으로, 영웅적 인물에서 일반적 인물로, 귀족에서 일반서민으로 시각과 관점의 변화를 만들어 왔으며 결국 권위의 중심인 왕에게서 무거운 족쇄를 풀어버렸다.
권위와 위엄이 아닌 소통할 수 있고 한 인간으로써의 임금을 이병훈PD는 선사하고 있다. 퓨전사극이 아닌 전통사극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동이>에 그는 아직 젊은 실험정신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한 감찰 나인’의 대사인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대사를 통해 현시대와 호흡하고자 하는 위트를 보여주고 있다. 이병훈PD식 사극의 방향이라 하겠다. 퓨전이건 정통이건 그런 범주 없이 대사와 상황 속에 현재의 감성을 그대로 투영하는 그런 시도를 대감독은 묵묵히 해왔다.
엄숙하고 교훈적인 사극이 아닌, 친숙하고 즐길 수 있는 사극의 또 다른 모습.
감독 자신의 범주 내에서 꾸준히 찾아가는 새로운 형식에 대한 모험 섞인 작업을 위트를 앞세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정통사극이 가지고 있던 문법들 차근차근 해체해 왔으며 이번에 그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일을 <동이> 속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최고 권위의 상징 ‘왕’에 대한 시선이다.
(사)한국문화전략연구소 문화와 경제 http://www.culturenomic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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