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2008년 최고의 드라마 '달콤한 인생'

졸린닥 김훈 2009. 1. 14. 09:41

2008년에는 나름 상당히 다양한 시도가 있었던 드라마가 많았다. 상반기를 보면 '내생에마지막스캔들', '쾌도홍길동', '온에어', '그래도좋아', '달콤한 인생'이 전통적인 신파에서 부터 퓨전사극 등등 다양한 구조를 보여주었으며, 하반기에도 '베토벤바이러스', '태양의여자', '엄마가뿔났다', '바람의화원', '가문의 영광' 등이 역시 형식과 새로운 가치 등등을 말하며, 한국 드라마 작가들의 힘을 보여주었다.

 

물론, 여기에는 이를 잘 반영시킨 배우와 연출, 그리고 외주제작사들의 노력이 있었던 것은 자명하다.

어찌하건 이러한 내용을 가지고 2008년 드라마중 최고의 작품을 무엇을까를 고민해봤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을 통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두 작품을 선정하게 되었다.

 

첫번째는 '달콤한 인생'이며, 두번째는 '태양의 여자'다. 물론, 다른 드라마도 훌륭하지만 이 두 작품이 보여준 내용적인 면과 형식적인 면 그리고 배우라는 삼박자를 볼때 이 두 드라마의 가치는 의미가 크다. 사실 의미적 측면만을 본다면 '엄마가뿔났다'도 손색이 없다. 그러나 대가의 작품은 전형적이기에 새로운 것을 강요하는 잣대는 어울리지 않다. 그런 이유로 형식적인 면을 찾다보니 '엄뿔'은 후순위가 되었다. 물론 '베바'도 갈채를 보내기에 적합하고, '쾌도홍길동' '내마스'역시 형식과 내용적으로 멋지다 하지만, 작가의 창조력을 본다면 아쉽다.

 

먼저 달콤한 인생. 이 드라마는 4명의 주인공을 이용해 이야기를 이어가는 나름의 옴니버스 구조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주인공들의 인생관을 녹아내며 이야기 전개의 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는것이다. 물론 이 드라마의 기본은 '사랑'에 있다. 어쩜 첫사랑이라 표현해도 될 만한 그런 사랑이라는 소재에 네 사람의 명암과 운명을 연결한 것이다. 그리고 그 전개와 영상, 배우의 삼박자는 단연 찬사를 받을 만 했으며 더욱이 대중적 흥행을 못함으로써 나름의 작품성에 집중할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사실, 대중성이 확보 되었다면 작가는 대중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그럴 필요가 없었고 그러기에 흥행성보다는 작품성으로 달릴 수 있는 행운을 가질 수 있었다.

 

정하연 작가의 놀라운 힘을 느낄수 있는 드라마였다. 사실 그는 '명성왕후', '왕과 비', '신돈' 등 최근 사극에 집필을 중점적으로 한  중견 작가라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잠시 무게감의 사극을 접고, 첫사랑같은 느낌의 단상을 스릴러하게 풀어낸 것이다. 한마디로 중견 작가의 힘을 감탄하게 만드는 요소였다.

작가의 이야기 힘은 배우들에게도 잘 투영되어 오연수, 정보석, 이동욱, 박시연의 연기력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주었으며 그들에게 대표작이 될만한 작품으로써의 위치를 '달콤한 인생'은 선사해주었다.

연말 MBC에서는 이 드라마에 어떤 시상도 하지는 않았다. 물론, 이부분은 전혀 아쉽지 않다. 오히려 더 가치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태양의 여자', 하반기는 '태양의 여자'가 최고였다. 물론, 마지막 앤딩의 미숙함이 있기는 했지만 전형적인 악역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청자의 눈높이에서 적절하게 만들어 냈다는 것이 감동이었다.

'태양의 여자'는 욕하면서 보는 그렇고 그런 통속극의 전형이 될만한 드라마 였다. 출생, 복수, 비밀 등등이 그럴것으로 치부하기에 딱 좋은 구조였다. 그러나 이러한 편견을 작가는 털어내 버렸다. 기본적으로 일상적인 것에서 비범한 것을 잘 발견해서 보여주는 '김인영'작가의 힘이 잘 녹아있는 드라마다. 또한 배우 '김지수'가 모처럼 브라운관으로 돌아와 '영화'판에서 싸아온 내공을 살떨리게 보여주었다. 두자매의 다소 진부한 이야기가 될만한 내용을 '김지수'는 슬픈듯한 악역의 눈빛을 보여주며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주었다. 악역이지만 항상 우울하면서 불안한 심상을 그녀는 드라마 내내 간직하며 조바심을 냈었다. 이런 태양의 여자는 전형성에서 오는 틀을 극복하는데 성공했고, 새로운 형태의 즐거움을 선사하며 대중들의 시선을 새롭게 각인시킨 것이다.

 

신파지만 차원이 다른 신파 혹은 연민이 느껴지는 악역의 탄생

물론, 영화에서는 이런 형태가 많이 있었지만 TV에서는 시청자 호흡과 시청층의 직접적 공략이 필요한 관계로 새로운 시도보다는 전형성에 몰입해 있었다. 특히 신파의 경우는 거의 예외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찌하건 태양의 여자는 그런 우려를 일축하며, 하반기 최고의 드라마라 부를 만하다. 또한 더욱 강조해볼 만한것은 우리나라 드라마계의 거두인 김수현작가의 한 맥을 이을 만한 힘을 '김인영'작가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노희경, 김인영' 두작가에게서 '김수현'작가의 다음을 보는 편이었다. '노희경'작가의 경우 아직 대중적인 코드를 푸는데에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듯한 모습을 '그사세'에서 보여주었다면 '김인영'작가는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주면서 그 다음을 준비하는 듯하다.

 

상반기의 '달콤한인생'과 하반기의 '태양의 여자'는 이렇듯 높은 완성도와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둘 중에 더 감동적인 드라마를 선택하라면, 그것은 다름아닌 '달콤한 인생'이다.

 

위에서 말했듯 '달콤한 인생'은 여러가지 가지 장점으로 2008년에 했던 드라마중이 최고로 기억될 만한다. 물론, 지난 연말 아무런 시상의 대상이 되지는 못했지만, 드라마, 작가, 배우들이 가지는 높은 완성도와 힘은 어느 드라마보다 최고가 될 만하다.

 

'달콤한 인생'의 최고의 미덕은 무엇일까?

 

 

마치 잘 만들어진 단편들을 연달아보면서 하나하나씩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가벼운 심리 스릴러 같은 느낌과 첫사랑에 대한 강한 향수가 이 드라마에는 있다.

 

그리고 이야기를 형상화하면서 탁월한 연기를 보요준 배우, 연출의 조합역시 훌륭했다 할 수 있다.

시청률이 대세인 추세와 경제적 한파로 인해 새로운 형식보다는 신파중심의 드라마가 강세를 보이는 현 상황에서 적절한 실험과 노력이 계속될 수 있는 드라마가 나올 수 있을지 가끔 의문스럽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 작가들이 항상 새로운 시도에 과감했던 점을 보면 그 미래를 좋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