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2008년 하반기 명품 TV드라마 베스트5

졸린닥 김훈 2009. 1. 6. 14:51

 

 

하나. 음악드라마의 새로운 지평 “강마에의 베토벤 바이러스”

베토벤 바이러스는 여러 가지 실험과 우려를 극복하며, 한국드라마에서 음악의 소재를 살려내는 데 성공한 드라마라 할 수 있다.

 

#1 ‘베바’는 사실 처음에는 의심을 많이 받았다. 노다메 칸타빌레를 따라한 게 아닌가 혹은 거의 비슷한 느낌이야...라는 의구심이다. 사실 이 꼬리표는 어느 정도 아직 유효한 느낌이 있다. 하지만, 이를 극복한 한 사람이 있었으니 ‘강마에 김명민’의 완벽한 연기였다. 비슷하건 말건 김명민의 자신만의 캐릭터를 발굴했으며, 그 카리스마는 극 전체를 잡아주면서 자신만의 개성적인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2 강한 경쟁자들을 극복하다. ‘베바’는 어렵게도 KBS의 바람의 나라와 SBS의 바람의 화원 두 바람과의 경쟁을 해야 했다. 대부분이 바람에 비해 ‘베바’는 힘들 것이라 했다. 그도 그런 만한 것이 두 드라마는 많은 물량과 스타배우들의 다수 출연으로 시작 전부터 세간의 화재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베바’는 한국드라마의 희망이라 할 수 있는 홍자매(홍진아, 홍자람)의 작가능력과 출연진의 연기력으로 경쟁자들의 노력을 눌렀다.

 

#3 음악드라마?, 음악드라마는 그리 좋은 성적을 올린 적이 없다. 대부분이 그냥 드라마의 작은 배경수준에서 머물게 되다가 멜로가 시작되면 쓰윽 하고 사라지는 형태다. 그러나 ‘베바’는 이러한 고정관념을 누르고 음악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대부분의 에피소드들을 음악에서 만들었으며 이것에 대한 갈등관계의 해소로 극의 탄탄한 힘을 창출했다.

 

‘베바’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많은 드라마였다. 하지만, 소재의 참신성, 배우, 작가 그리고 안정적인 연출이 잘 맞아 떨어져 2008년 수많은 유행어를 만들어 버린 멋진 결과물이 되었다.

 

둘. 안타까운 악역이 빛나는 “태양의 여자”

태양의 여자는 그리 눈여겨볼 만한 것이 없었다. 김지수팬이라면 한번 쳐다볼까 그 외에는 이렇다 할 명함이 없는 드라마였다. 오히려 신파에 그저 그런 드라마일 것이다라고 했으나 예측은 무너지고 새로운 형태의 신파를 보여주었다.

 

#1 흔한 소재의 드라마. 태양의 여자는 기본적으로 흔한 신파였다. 출생의 비밀과 사랑 그리고 복수라는 아주 기본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기본구조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부여했다. 작가 김인영은 일상적인 소재에 자신만의 색을 넣어왔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색이 김지수라는 좋은 배우에 잘 투영되어 악역에 대한 시선을 바꾸었다.

 

#2 악역이지만 감정이입이 되는 안타까움. 김지수분인 도영이 악인이 되어가는 이유가 나타나면서 시청자들은 그에 대한 분노보다는 안타까움에 눌리게 된다. 더불어 우리가 말하는 선행에 대한 진실성을 물어보면서 극은 악인에 대한 주변을 바라보게 하는 새로운 전형을 보여준다. 보통 신파에서는 전형적인 악인이 주류인데 이곳에서는 그 전형성을 탈피한다.

 

#3 악인의 몰락과 카타르시스. 결국 악인은 몰락되었다. 그러나 태양의 여자는 몰락에서 오는 쾌감을 유도하기 보다는 보통사람이 악인이 되어버린 것과 다시 치유를 통해 본래의 본성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투영시켜 시청자에게 순수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사실 선악의 구도에서 가장 쉬운 선택이 악을 단죄하고 선을 살리는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러한 기본구조를 거부하며, 과정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선택한 것이다.

 

‘태양의 여자’는 뻔한 신파로 예상했으며, 선과 악을 넘나들며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신파에서 보기 드는 수작이라 하겠다. 특히나 최근 너무 그렇고 그런 신파가 판을 치는 입장에서 이 드라마의 가치가 빛난다.

 

셋. 역시 김수현의 힘 ‘엄마가 뿔났다’

김수현이라는 작가는 변함이 없다. 항상 자신만의 색이 존재하며, 자신만의 어법이 존재하고 그리고 세상에 대한 끝없는 화두를 던져본다.

 

#1 이번에도 변함없이 가족이었다. 김수현 드라마의 핵심인 가족과 부부라는 측면에서 식상할 것 같은 내용이 다시 나왔다. 하지만 우리나라 드라마 최고의 대가라 할 수 있는 작가 김수현은 절대 똑같은 반복을 거부한다. 이번에는 생의 뒤편에 서 있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로 세상에 화두를 던졌다.

 

#2 스타보다는 자신의 배우를 선택하는 작가. 김수현 드라마는 가끔 항상 그 내용이 그 내용인듯한 시각적 착각을 하게 한다. 그건 다름아닌 김수현 사단이라 불리는 배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스타일수도 아닐수도 있으나 작가에게 중요한 것은 그 부분이 아닌 자신의 어법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배우다. 그리고 그들은 같은 듯한 느낌을 조화된 연기력으로 극복해준다. 김혜자님을 비롯한 중견 연기자들의 연기적 건재함을 사실 김수현 드라마 아니면 요즘은 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3 끊임없이 현실에 대해 김수현은 문제를 던진다. 정확하게 표현을 하기는 불충분하지만 작가는 항상 그시대에 맞는 문제의식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이로인해 시청자들의 대중성을 확보하는 어법을 취하고 있다. 참의로 신기한 일이다. 어떤 나이든 작가는 전형적 신파에 스타에 묻어서 살아가고 있는 것에 반하여, 이 대가는 자신만의 화법으로만 시청자들과 소통한다. 한마디로 대가의 힘에 침묵을 하게 한다.

 

넷. 드라마와 미술의 경계를 보여준 ‘바람의 화원’

바람의 화원은 ‘베바’로 인해 나름의 품격을 지킬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기대만큼 대박을 만들지 못해 제작의 충실도를 높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운이 좋은 드라마다.

 

#1 문근영과 박신양이 보여주는 튼튼한 연기와 세심한 제작자들의 노력 등이 빛을 보였던 드라마가 바로 바람의 화원이다. 그림이라는 소재 특히, 김홍도 신윤복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미술적 내용과 테크닉을 무리하지 않고 인기에 한발 물러선 체 잘 만들어 버렸다.

 

#2 뛰어난 경쟁자들을 외면하는 지혜, 바람의 화원이 만약 ‘베바’나 ‘바람의나라’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드라마는 조선 풍속화의 멋과 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데 시간을 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제작자들은 이를 무시하는 용기를 보여준 것 같다. 그리고 오로지 작품에 열중해서 시청률보다는 작품을 만드는데 공헌했다. 이는 한국 드라마 시청률 현실에서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3 전형적인 한 배우의 발견이 바람의 화원에서는 있었다. 그것은 아역을 벗었다할 ‘문근영’도 아니고 변함없는 연기력의 ‘박신양’도 아닌 ‘김조년’분의 ‘류승륭’이는 배우다. 연극과 영화를 통해 싸아온 내공을 ‘바람의 화원’을 통해 시청자의 눈을 즐겁게 해준 것이다.

 

다섯. 평범하게 다가와 비범하게 자리잡은 ‘가문의 영광’

‘가문의 영광’은 지극히 평범한 드라마다. 스타배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중적으로 인기있는 작가의 작품도 아니며, 감각적인 영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이드라마는 평범하다. 대체로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요즘 추세에 특정한 집중 부분도 없이 느릿느릿한 그런 드라마다.

 

하지만 ‘가문의 영광’은 어쩌면 평범한 시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드라마이기도 하다.

 

#1 눈에 들어오는 게 없는 드라마, 이 드라마는 스타급이 없다. 청춘스타건 알려진 작가건 이렇다 할 것이 없다. 하지만 드라마는 다소 통속적인 생활 속에 시선을 돌리고 인간 군상의 개별적인 아픔을 전시하고 있다. 물론, 그것이 극적이거나 대단한 갈등 요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는 일상이란 것이 실제로는 그렇게 극적이지 않다는 점을 그대로 인지하면서 이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2 치유를 위한 드라마. 드라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크고 작은 상처들을 모든 배역들에게 던져주면서 따로 주연을 두지 않았다. 각 회마다 혹은 각 신마다 각자의 이야기를 말해주면서 상처와 치유에 대한 이야기를 다소 느린 시각으로 보여준다. 이것이 이 드라마의 미덕 같다. 사실 상처란 빠르게 회복되지 않음에도 대부분의 드라마가 빠른 전개를 통해 치유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가문의 영광’은 이런 통속을 거부하고 보통의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일반적인 속도, 아니 좀 늦거나 답답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일반 현실에 가깝다.

 

#3 ‘가문의 영광’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알려진 상처에 대한 치유가 어떻게 흘러갈지가 기다려진다. 다만, 걱정이라면 다소 많은 배역만큼이나 문제를 일시에 해결하려는 태도가 보일까봐 걱정이다. ‘가문의 영광’이 가치가 있는 것은 ‘일상적’인 느낌에 ‘평범함’과 ‘천천히’가는 속도에 있음을 만드는 사람들이 인식해주었으면 한다.

 

사실 우리나라에도 이제 이런 드라마가 필요하다. 반드시 지나친 갈등이 아닌 일상의 사소한 것에서 크게 말할 수 없는 일상의 어려움이나 기쁨이 잔잔한 느낌으로 말해질 수 있는 또 다른 환경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이야기와 창작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극적인 모습만 볼 수는 없는 것이다.

 

※2008 상반기 명품 TV드라마 베스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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