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바둥된다는 느낌이랑 약간 지친다는 느낌이 드는데 문득 이름 하나가 떠올랐다. <비탈리 카네프스크>
살아가는 것에 대해 무엇가가 없이 나는 이십대가 되었고, 후미진 시네마텍에서 이 감독의 영화 <멈춰, 죽지만 부활할 거야>를 봤다. 물론, 지금 인터넷상에는 <얼지만 죽지만 부활할거야>라는 제목으로 나오고 국내 정식 개봉도 98년 쯤 되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영화광에게는 90년대 초 볼 사람은 다 본 그런 영화였고 그들사이에서는 히트작이었다. 나또한 이영화를 보며
묘한 감성에 빠져 이미 나이가 마흔일곱인 상태에서도 가끔씩 무작정 기억해 내고 있다.
특히, 이십대시절 나는 <비탈리 카네프스크> 감독에 대한 내용을 스크랩까지 하며
인상 깊게 영화만큼이나 감독에 대한 애정을 가졌었다. 아마도 그 자료가 지금도 내집 어디엔가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영화는 한마디로 슬펐다.
그러나 그 슬픔의 지점이 묘했다. 낯설었다.
부모의 입장에서의 파국은 정말 슬픈 것인데 난 하나도 슬프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 낯선 광경이 비극을 진짜 비극인지는
고민스럽지만 부모입장에서의 비극을 낯선풍경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아이들
집떠난 아이들..
그냥 문득 탄광마을 아이들 느낌의 그런 정서가 있었다. 실제는 벌목마을의 아이들이다.
작고한 임길택 시인의 '우유'에서 느겼던 그런 느낌이 있었고
아이들은 불행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죽음을 포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현실이 사라지고
서로의 애정만 남았으니
현실은 슬픈광경이지만
그들에게는 탈출의 경로가 아닌가 하는 자조가
그리고 그런 자조가 위안하는 현실이 낯설었다.
그런데 나는 내 개인적 인생에서 희망이라는 것을
가졌었다.
감독 비탈리 카네프스키는 참 늦은 나이에 그의 첫 영화를 세상에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비애가 있는 아름다움이었다.
어쩌면....
하는 심정으로 혹시 하는 스스로의 부조리함으로
그를 바라봤었다.
감히...
나는 지금 점점 그의 나이에 근접해 가고 있다.
아마도 부끄러워질 것이다..
** 졸린닥 김훈 ...이만총총.
추신. 임길택 시인이 97년에 돌아가신 사실을 오늘 알았다. 내 젊은 날 정서의 한 축을 만들어주었던 시인이었다.
그 분의 시를 적어둔다.
우유
임길택
오른쪽 눈가에
하얀 버짐 일고
왼쪽 눈가에도
하얀 버짐 덩그렇고
말소리도 작은 동진이
키도 작은 동진이
급식 학교라서
두 시간 끝나면
받아 먹는 우유
떨어진 가방에 넣고
내가 우유를 마실 때
책 보는 척하며
입맛 다시는 걸
침 삼키는 걸
나는 몰랐어요.
2학기가 시작되고
올림픽이
얼마 안 남았을 때야
우리는
소문을 들었지요.
동진이 아버지가
병원에 다녀오신 뒤
집에 돈이 떨어졌음을
그리고 동진이는
그때까지
그 우유 한 개를
날마다 병석에 계신
아버지께 갖다 드렸다는 것을
<탄광마을 아이들-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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