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49일>로 이어지는 판타지 드라마의 매력

졸린닥 김훈 2011. 5. 5. 14:25

<49일>이  시청률 14%대를 넘어섰다. <로얄패밀리>가 종영하면서 나름 시청률 확보에 유리한 위치를 잡았다. 더불어 이야기 전개가 최고점으로 흐르면서 각자의 갈등이 본격화 되어 극의 긴장감을 더해주는 탓일 것이다.


그간, 이야기 바탕구성을 만들기 위해 다소 돌아갔던 부분이 거의 해소 된 것이다.


올해 <시크릿 가든>으로 시작된 판타지 드라마의 기세는 <49일>을 거쳐 꾸준히 지속될 예정이다. 인기작가 ‘노희경’씨도 신작을 판타지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이미 발표를 한 상태다. 이렇게 지속적인 흐름을 탄다는 것은 나름 트랜드로 불러 볼만도 하다. 현재, 한국 드라마의 최대 트랜드가 통속극이라면 그 다음을 잇는 드라마적 트랜드는 ‘판타지’인 샘이다.


그럼 이런 판타지 드라마의 매력이 무엇일까?

사실, 이전에도 판타지 드라마는 좀 있었다. <돌아와요 순애씨> <천년지애> 등등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다. 다만, <시크릿 가든> 처럼 대박은 없었던 내용이다. 그런데 올초 대박이 터지자 ‘판타지드라마’에 대한 제작진들의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판타지 매력 하나 자유로운 상상력의 결합.


판타지 드라마는 사실 작가에게 큰 매력을 하나 준다. 다름아닌 자유로운 상상력을 현실에 대입하여 그 무엇을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생각은 어떤 틀안에 언제나 끼어 있는 편이다. 그런 흐름에서 자유로워 지려면 다소 엉뚱한 상상력이 필요한데 올해 이 엉뚱한 상상력에 대해 시청자들이 반응을 해주었다. 


터무니 없다는 생각이나 마술쇼를 보면서 저건 눈속임이야라는 생각을 지우고 판타지 자체를 봐준 것이다. 마술을 보며 저건 눈속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또다른 세계를 버리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어찌하건 작가는 기본적인 바탕에서 합리적이거나 현실성을 떠나 그럴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상상의 원천을 달려 보는 것이다. 그리고 판타지는 그런 상상의 기초라 할 수 있다. 작가로 하여간 보다 더 풍부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판타지의 매력 둘.. 그것은 또다른 리얼리티의 부여.


좀 반대되는 이야기 일수도 있다. 판타지란 리얼리티를 넘는 것인데 판타지가 리얼리티를 부여한다고 하는 말은 모순일수 있다. 하지만, 판타지는 설명할 수 없는 혹은 비합리적이거나 현실성 없는 이야기에 생명력을 넣을 수 있다. 


왜냐면 그건 판타지이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판타지로 받아들여 주는 순간 이야기는 현실적인 것이 된다. 그러니까 시청자와 작가가 어떤 상황을 인정함으로써 그 인정한 내용이 불가능한 일이라 해도 가능하고 합리적인 상황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판타지니까.


마치 마당극에서 눈에 안보이는 바다로 뛰어든 심청이를 바다에 빠진 것으로 관객들이랑 배우들이 이해하는 것 처럼 말이다. 잠시 다른 소리이지만 마당극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극형식이다. 배경이나 장소변화가 없는 그냥 마당에서 이루어짐에도 우리는 배우들과 어떤 상황에따라 공동으로 한 공간을 특정한 공간이라 이해하며 극을 본다. 바다라는 무대 그림이 없어도 바다가 되고, 집이되고, 배가되고 정말 관객과 배우가 상상력의 합의 속에 이루어지는 상당히 고차원적인 극 형식이다. 마당극의 형식미는 한마디로 놀라움 자체다.


어찌하건 다시 판타지의 매력으로 말을 돌리면 판타지는 일상에서 불가능한 현실을 가능한 현실로 바뀌어주는 매력이 있다. 그것을 가지고 말도안된다라는 소리를 하는게 아니라 판타지의 매력으로 이해하며 극의 전개를 바라봐 준다. 정말이지 극적인 매력이다.


이상 두개가 내가 생각하는 판타지의 크나 큰 힘이다. 물론, 더 멋진 이야기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내 생각의 범위는 일단 여기까지다.


하나더. 왜 올해 이런 판타지가 나름의 흐름을 보이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지나친 통속극의 자극적 설정이 리얼리티에 대한 반감을 만들어오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최근 우리나라 통속극은 과한 설정을 보여주고 있다. 심리적인 자극도를 높이기 위해 과한 리얼리티가 마구잡이로 생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흐름에 대해 나름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공감대를 얻으며 판타지의 힘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그리고 또하나는 과한 현실에 대한 탈피도 있다. 요즘의 우리사회는 합리적인 모습에서 과한 현실에 살고 있다. 정치, 사회, 경제 면에서 보여주는 어처구없는 현실에 대한 회피심리가 판타지를 대안으로 어떤 부조리에 대한 해소를 꿈꾸는 것 같다. 그것은 희망일수도 정의일수도 있겠지만 최근 우리사회의 현실은 전례없는 경쟁을 위로부터 조장하면서 과한 현실에 놓여있다. 특히, 약자, 여자, 비주류, 중소기업, 청소년, 청년, 서민 등등 합법화된 소외에 살고있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노력을 무작정 강요하고 있는 형태다. 이런 현실이 판타지를 찾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판타지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는 올해 어느정도 트랜드로 자리잡기에 그 이유가 있어보이는 일이다. 물론, 이런 이유보다는 정말 판타지 자체의 매력이라면 더 좋을 수 있다.


** 졸린닥 김훈..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