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화이트크리스마스> 연작시리즈의 수작

졸린닥 김훈 2011. 4. 13. 14:35

깜박하고 지나쳐버릴 만한 드라마가 하나 있었다.  <화이트크리스마스> 가 그것이다. 일요일 밤 11시가  넘어가면 멋진  드라마 한편이 올초부터 3월 중순까지 했다.

 

김상경이 나름 사이코패스적인 연쇄살인범역을 하고 산속의 입시명문 고등학교 학생들과 일종의 진실게임을 통해  악에 대한 묘한 접근을 보여준다. 그것은 마치 심리학의 주요한 논쟁중에 하나인 사람에 대한 선천적인 부분과 환경지배에 대한 논의와 유사하다.

 

드라마의 연쇄살인범은 물론 탁월한 정신과 의사다. 그리고 성장기의 고등학생들 그들은 질풍노도의 시기이기에 다양한 위선과 거짓말을 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전한 휴지기를 보내는 집단에 한 조력자가 등장하여 진실에 대한 감성없는 정의와 그러니까 진실이란게 반드시 정의롭거나 인간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과 묘한 악에 대한 접근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은 처음에는 외부적인 것인듯하면서 차츰 내부적인 부분이 흔들려 스스로 악을 만들어간다는 그런 형태를 보여준다. 물론, 결말이 명확한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심리학에서 선천적인것과 환경적인 것이 끝임없이 논쟁되어 오는 것 처럼 말이다.

 

어찌하건 드라마는 성장기드라마를 표방하면서 청소년기 한번쯤 읽어보거나 들어봤을 헤르만헷세의 데미안을 연상시키며 악에 대한 나름 순수한 접근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악에 있어 예외란 없다는 것과 그것은 어디에서나 일반화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는 가끔 악이라 함은 나쁜 인간에서 나온다는 그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이러한 절대성보다는 상대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환경적인 논의가 일어난다. 그러니까 마지막회에 들어난 거짓말의 이유와 엄마의 항변 등 등이 어찌보면 단조롭지만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악의 편에 선다는 것을 드라마는 말해주었다. 물론, 너무 진지하게 빠져들 필요는 없다.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어떤 진의를 유도하는 건 아니다.

 

또 어찌하든 드라마는 나름 의미있는 실험성을 보여주며 드라마연작시리즈의 가치를 높였다. 배우 김상경은 이 드라마의 일종의 조력자로 상담가의 역할을 명확하게 하면서 그의 배우적 순도를 높여주었다. 초짜에 가까운 어린 연기자들을 멋지게 이끌어 주었다. 그는 역시 한 배우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작가 박연선, 그녀는 몇 편의 전작에서도 <얼렁뚱땅 흥신소> <연애시대> 등에서 약간의 스릴러와 심리묘사 높은 그런 극을 만들어 왔다. 더불어 가치의 묘한 중간 영역을 말해왔다. 그러니까 어떤 결과의 상황적인 선택에 대한 논의에 나름 꾸준한 고민을 해오고 있는 작가랄까 하여간 그런 성향을 기존의 드라마에서는 시청률 등등을 고려하여 가볍게 혹은 코믹적으로 했다면 연작시리즈에서는 나름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며 작가적인 성향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한마디로 우리 드라마 작가군에 나름 한 가치를 할 만한 입장에 있는 것 같다. 그녀는 멋진 작품하나를 년초에 보여준 것이다. 

 

<KBS 연작시리즈>는 왜 우리가 단막극을 해야하고, 새로운 실험을 해야하며 그 가치가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이렇게 장르성향이 깊으며 실험적인 작품을 대중적인 시간대에 하기란 어려움이 많다. 특히, 수익을 내야 하는 일반 드라마 현실에서 이런류의 드라마는 작가를 좀더 작품에 집중하게 해주는 그런 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드라마 프로그램은 작가, 배우, 연출 등의 제작진을 성숙시키고 한국 드라마산업의 기초토양을 두텁게 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이러한 시도가 KBS를 넘어 MBC에서도 있었으면 한다는 점이다. 상업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기초가 되는 토양은 더욱 많아져야 산업이 풍요로워 질 수 있다. 결국 문화산업은 사람에 있고 그런 사람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창구가 곧 산업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화이트크리스마스> 는 하나의 공간을 통해 멋진 수사학을 보여준 수작이라 하겠다


**졸린닥 김훈..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