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아결녀> 두려움 없는 사랑에 도전하다.

by 졸린닥 김훈 2010. 3. 3.

 

그러니까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가 말하고자 하는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이 드라마는 노처녀들의 사랑과 결혼을 모티브로 시작했다. 수년전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비슷한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컸다. 전에 그랬던 것처럼 답습할 줄 알았는데 작가는 그런 것을 거부했다.

<김인영>작가는 최근 다작을 했다. 물론.. 작품은 좋았지만 사람이 쉬지 않는다면 창의성이란 배터리 같아서 방전되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결녀>라는 것에서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추노>의 맞대결은 버거워서 대강은 아니지만 흐름의 선전만 하는 구도가 되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생각은 <김인영>작가를 무시한 처사였다. 작가는 <태양의 여자>라는 2008년 작을 보여주며 악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것은 전보다 다른 작품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에는 구성의 묘미를 보여주었다. 스토리의 재미와 짜임새 그런 것이 김인영작가의 힘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에는 캐릭터의 전형성을 중심으로 설정된 스토리라인이라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다 <태양의 여자>는 김인영작가가 이제 좀 더 다양한 시선의 스토리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평평한 통속극을 이해와 상황에 따라 이야기의 진실성을 만들어가는 힘을 보여준 것이다. 만약 <태양의 여자>에서 한 여인의 추락에 대한 이야기가 생략되었고, 악인의 전형성만 있었다면 최근 문제되는 막장드라마였을 뿐이다.

김인영작가는 이런 경계를 상황과 이해라는 틈을 만들어 극복했다. 그리고 그러한 연장선을 <아결녀>에 담아가고 있는 듯하다. 이번에는 두려움 없는 사랑이라는 내용으로 말이다. 불행한 여인의 사랑 찾기와 거기에 따르는 갈등 그리고 자존감 등이 이 드라마에는 주요한 요소다. 겉포장은 노처녀의 이야기였지만 사실은 사랑에 대한 두려움과 자존감에 대한 것이 크다.

이 드라마를 보다가 배우 박지영씨가 갑자기 나오는 것을 보고 사실 당황했다. 아무리 시간이 흘렀다해도 단순 조연으로는 급이 달랐다. 그런데 그녀의 이유는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두려움 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녀의 등장은 코믹멜로로 흐르려던 드라마를 사랑에 대한 물음으로 치환하고, 관계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두려움 없어 사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던지는 형태로 변화되어 버렸다.

남들은 혹은 몇몇은 이것을 막장이라고 말을 한다. 엄마와 아들 그리고 남자친구와 애인의 어머니 등등이 엉키는 모습은 마치 막장의 전형적인 관계도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그것은 오해다 막장이란 전형적인 관계에서 선과 악이 구분되어 시청자로 하여금 복수를 꿈꾸게 하는 것이 막장인 것이다. 시청자를 복수의 가담자이자 피해자로 일방적으로 몰고 가는 것이 그리고 그러한 스토리로 시청자를 지속 자극하는 것이 막장인 것이다.

<아결녀>의 스토리는 그런 것과는 다르다. 그것은 상대와 관계 그리고 상황에 대한 모습이 있고 이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이 이야기에는 악한사람도 선한사람도 없다. 아들의 갈등과 엄마의 갈등 그리고 연인의 갈등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누구의 자리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야기의 기대치는 달라지는 것이다. 전형적인 것이 아닌 상대적인 이해와 갈등 그리고 해법이 다르게 나오는 것이다.

막장이란 그런 것이 없다. 가해자와 피해자만이 있고 시청자들을 그러한 관계 속에 빠뜨려 언젠가 다가올 복수에 대한 기대와 죄의식의 정당화만을 만들뿐이다. 전형적인 악인과 선인만이 있으며 이들의 갈등을 이용해 시청자의 자극을 극대화시켜 복수를 갈망하게 만드는 심리만을 양산할 뿐이다.

김인영작가는 무거운 이야기를 코믹과 함께 풀어가는 모습까지 성장시켰다. 코믹멜로전문에서 진지한 통속으로의 진화와 이제는 이것을 합치하면서 이야기의 무게를 조절하는 힘까지 만들어가고 있다. 안 그래도 미모의 작가라 생각하는 김인영 작가에게 더욱 매력적인 느낌을 받게 한다.

<아결녀>는 그녀의 작가적 진화를 보여주는 성과물이며, 한마디로 <태양의 여자> 보다는 가벼우면서도 나름 진지한 이야기를 넣어보는 달콤쌉싸름한 드라마인 것이다. 위스키초콜릿같은..

 

(사)한국문화전략연구소 문화와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