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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린닥훈씨

장 보드리야르, 중국 올림픽 CG를 예언하다.

by 졸린닥 김훈 2008. 8. 26.

 

 

올림픽이 끝났다. 좋은 성적이어서 그런지 한마디로 시원하게 끝났다. 그리고 중국 올림픽이 보여준 몇 가지 에피소드들이 기억에 떠올랐다. 그것도 개막식의 감동을 가진 이틀 후..

 

그러니까..중국 올림픽 개막식 당시 화려한 불꽃이 CG라는 사실과 노래를 부른 아이가 립싱크였고 거기에 모인 소수민족이 사실은 한족들이 대신 연기한 사실이다.

 

이 기사를 접하자 내 머릿속을 후다닥 지나간 이름이 있었다. 다름 아닌 '걸프전은 없었다'의 장 보드리야르 .. 그가 말한 것 중에 '시뮬라크르'니 '시뮬라시옹'이니 하는 말이 있다. 어렵게 생각할 거 없다. 어차피 철학을 파는 삶이 아니라면 그냥 쉽게 가상의 현실을 말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까, 실제 일어난 것보다 더 크거나 다르게 생각하여 본질과는 다른 어떤 감성을 가진 다는 뜻이다. 거칠게 극단적으로 말하면 있지도 않았는데 마치 있는 것처럼 감흥을 가지거나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유명한 말이 '걸프전은 없었다'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cnn 속에서 존재한 걸프전과 실제 걸프전과의 차이 왜곡 그런것을 말하는 거구...더 재미있는 건 사람들이 실제 걸프전보다는 cnn 방송 속의 걸프전만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이 아저씨는 cnn 걸프전이 끝난 후 '걸프전은 없었다'라고 말을 했다.

 

말이 좀 헷갈리기는 하지만 실제와 우리가 받아들인 무엇과의 괴리를 말하는 것이다. 더불어 우리의 현실이 이런 왜곡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기도 하다.

 

각설하고..이번 베이징올림픽은 정확히 이 말을 대변해 버렸다. 그것도 조직적인 형태로 말이다. 베이징 조직위는 사람들의 감흥을 위해 CG와 립싱크, 대역을 사용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당시 알 수 없었다. 그냥 감흥그대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며칠 후 이 재미난 사실을 알고 진실에 대한 혁역한 놀라움을 표현했다.

 

이 얼마나 재미있는 철학적 실험인가?

 

우리는 이제 실제 존재한 현실을 확인할 방법이 스스로에게는 없다. 만약 베이징올림픽의 이 일들이 영원히 말해 지지 않았다면 우리는 모니터(TV건 인터넷이건 경기장 전광판이건) 속에 존재하는 가상현실(버츄얼리얼리티)을 진실로 알고 있을 수밖에 없다.

 

ㅋㅋ. 이 사실을 증명해준 중국은 문명의 발상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보드리야르의 말은 사실 헷갈리는 구석이 많다. 예시도 그렇고..보통 게임의 현실을 통해 이 논의를 풀어가거나 미디어의 왜곡 혹은 조작을 통해 말하는데 그런 건 사실 정치적이라 우리는 알 수 없다. 그러니까 쉽게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중국의 올림픽 에피소드는 이 철학자의 말을 완전하고 빈틈없이 증명해주었다. 그러니까 제한 된 공간(주경기장 안의 사람들 - 그들은 화려한 불꽃을 전광판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다. 또 TV와 같은 모니터 앞의 사람들 -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보이는 것을 믿는 것뿐이다.)의 사람들은 그 공간을 제한하는 사람들에 의해 현실과 가상을 구분할 수 없게 되며 진실이니 모니라는 말의 틈을 우리는 알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번에 여러모로 많은 것을 증명해 주었는데, 그중에서도 최고는 장 보드리야르 '시뮤라르크'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우리는 이제 정말 가상세계를 진실 되게 믿고 살수밖에 없는 환경에 도달했다. 그나마 인터넷의 발전이 이를 좀 견제해 주고는 있지만 인터넷도 결국 통제되는 통로이기에 그 확장성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다시 '자유라디오'시대를 열어야 할 지 모른다는 생각에 웃음이 난다. 결국인간이 정말 신뢰할 만한 것은 디지털보다는 아나로그한 세상이라는 말이 더 설득력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PS) 혹시 나처럼 생각한 사람이 없을까 해서 검색창을 두들겼다. 역쉬 있었다..“[이상훈의 미디어 비평] '짝퉁 쇼' 올림픽 개막식 - http://news.hankooki.com/lpage/culture/200808/h2008081402564584340.htm ” 이분의 글을 읽어 보는게 더 유익해보여 링크를 걸었다.

 

■ 졸린닥의 대중문화 컬럼 28 - 2008/ 8/ 26 (http://www.culturenomics.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