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동이>가 시청률에서 주춤하며, SBS의 드라마 대공세에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더불어 <구미호>에게도 거리가 가까운 처지가 되었다.
잘나가던 <동이>가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것은 현재 <동이>의 특징과 비교하면서 이야기를 해보면 나름 쉽다.
가장 먼저는 <동이>는 일반 사극과 다르게 빠른 전개와 에피소드 변환이라는 틀을 가지고 있다. <동이>는 거의 한주에 한 개의 에피소드를 소화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이것은 보통 트렌디드라마들이 선택하는 짧은 호흡달리기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동이>도 가지고 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한 이야기 전개가 없이 너무 ‘동이’ 중심으로 이야기가 흐르다보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뻔한 느낌이 강해지는 것이다. 유사한 느낌의 에피소드가 거의 비슷한 설정의 인물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동이’가 이것을 다 해결하는 구조를 반복하다보니 식상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동이>는 사극이면서도 창작적 에피소드가 강하다. 그러니까 다른 정통사극과는 달리 역사기록을 모티브로 하나의 창작적 이야기가 만들어져 가고 있다. 가상의 등장인물도 나오고 갈등의 전개도 역사성과는 무관하다. 사실 이러한 시도는 우리의 역사적 이야기 범주를 확장시킨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창작적 구성이 생각보다 조밀하지 못하고 있다.
<동이>는 초반 갈등의 행동대장 격인 ‘최철호’씨의 불미한 사건에 인해 퇴장함으로써 갈등의 구성인물 한축을 잃어버렸다. 이렇다보니 에피소드 구성이 엉성해져버렸고 더욱 ‘동이’ 집중적인 스토리 전개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이야기의 창작 도구가 취약해저 버린 것이다. 자신의 강점이 될 창작요소가 사라지면서 <동이>는 방향성을 분실한 것이다.
최근 새로운 행동대장인 ‘서윤’을 등장시켜 이야기의 축을 다시 강화시키고 있지만 반전이 쉽지는 않다. 특히, ‘서윤’을 위한 ‘검계’ 스토리의 재구성이 생각보다 너무 원초적인 느낌이 있다. 마치 초반 3회분을 재탕하는 느낌이 나는 것이다. 좀 더 드라마틱한 구성으로 ‘숙빈’의 ‘천가’에서 ‘최가’로의 변화를 만들었으면 했다. 물론, 아직 이야기의 전말이 안 나온 만큼 아직 판단을 다 하기는 그렇지만 일단 느낌은 아쉽다.
세 번째 <동이>는 사극의 권위적 요소를 던져버렸다. 보통 사극은 역사성을 등에 업고 상당히 형식적인 면을 강조하며 드라마의 특성을 구성해왔다. 그런데 이병훈감독의 사극은 이러한 권위적 요소를 하나 둘씩 던지기 시작했다. 왕 중심에서 평민, 천민 중심의 소재발굴을 만들었고 남자 중심의 무대를 여자 중심으로 변화시켰다. 그리고 이번 <동이>는 사극적 대사와 권위적 위상을 버리고 있다.
<동이> 속 왕의 모습은 거의 일반적이다. 특히 연인과의 모습에서 숙종의 대사는 그저 연인들이 하는 대사를 선보이고 있다. 물론, 이것이 대수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말하고 싶은 것은 <동이>는 사극의 눈높이를 일반 현대 드라마 같은 느낌까지 변화시켜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사극의 소재, 형식, 에피소드에 이어 특유의 대사 형식까지 이병훈 감독은 건드려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도가 생각보다 자리를 못 잡고 있다. 그러니까 특유의 창작법으로 에피소드 등을 연계시키면서 조화를 보여야 하는데 스토리가 한계를 보이자 ‘숙종’의 어법은 말장난처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초기 중반부에 ‘숙종’과 악공 그리고 동이의 주막 장면은 새로운 어법에 적절한 이야기를 구성했었다. 그러나 최근은 그러한 맥이 사라진 체 좀 어설픈 형태가 된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를 종합해보면 새로운 시도에 대비 이야기의 자리 잡기가 초기와는 다르게 중반을 넘어서 오히려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정사를 드라마 전체 바탕으로 하는 <동이>가 아니기에 창작적 요소가 치밀하지 못하면 극이 흔들릴 수가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을 <동이>는 초반을 넘은 지금에 겪고 있는 것이다.
사실 <동이>는 ‘이소연’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으며, 새로운 인현왕후를 보여주는 ‘박하선’의 선전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활약을 더 확인해줄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이 아쉽게도 현재 모자라다. 너무 <동이>만 있다.
그래서 지금 <동이>는 힘들다.
사)한국문화전략연구소 문화와경제 http://www.culturenomic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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