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글로리아> '배두나' 딱 그만큼의 모습을 보이다. 신기해..

졸린닥 김훈 2010. 8. 1. 13:19

'배두나'를 생각하면 참으로 희한한 배우라는 느낌이다. 스크린에서는 나름 광대한 폭의 연기를 보여준다. 스산한 모습에서 엉뚱 발랄한 모습까지 그리고 이런 능력으로 항상 기대를 걸 게하고 나름 선구안 좋은 배우로써 자신의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런데...

이상스리 그녀의 TV드라마는 캐릭터의 확장이나 변화가 거의 없다. 항상 약간 왈가닥에 서슴없는 선머슴 같은 모습이 대부분이다. 그녀의 TV 속 모습은 영화와 같은 다양한 변화가 없어 보인다. 물론, 그렇다고 그녀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영화와 TV사이의 연기 폭에 대한 간극이 크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보였던 그 다채로운 모습을 왜 TV에서는 볼 수 없을까?

우선 난 배두나라는 배우를 상당히 좋아한다. 다소 예측하기 어려운 표정과 행동을 기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이기에 그녀의 가능성은 지금보다 더 높다. 그리고 그녀의 작품 선구안은 상당히 훌륭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으며 배역의 경중보다는 작품의 경중을 보는 그런 배우로 알려져 있기에 그녀에 대한 호감은 항상 높다.

그런 그녀에게 TV는 상당히 이상한 공간이다.

지난 수년 동안 그녀가 보여준 TV 속의 모습은 거의 동일하다. 물론, 배역은 다양하게 했지만 코믹하면서도 남성적인 행동 혹은 엉뚱한 캐릭터를 보여주는 보이시한 모습이다. 전작 <공부의신>에서도 비슷한 맥락이다. 다소 엉뚱한 선생님이었다. <완벽한 이웃>에서도 그랬고 그나마 <로즈마린>에서의 모습이 좀 여성스러웠을까 배두나 그녀의 캐릭터는 한마디로 <위풍당당그녀>의 모습에서 큰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는 느낌이다.

영화에서는 다양한 물론, 특이한 캐릭터들의 다양성이긴 하지만 그랬던 그녀가 TV만 오면 전형적인 캐릭터로 변신한다.

그런 이유에는 두 영상매체가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달라서 그럴 수 있다. 다소 전형적인 여배우 모습을 하고 있지 않기에 그녀만의 자리를 구축한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라면 여러 가지 디테일로 다양한 심상을 표현할 수 있겠지만, TV는 시청자와 대화하듯 해야 하는 문법이 있다. 자신의 감수성을 표출하기 보다는 시청자와 소통해야하기에 다소 컬트적인 그녀의 특징을 다양하게 소화하기에는 TV라는 매체는 시청자 폭에 운신이 달려있다.

그러니까 시청자와 소통되지 않는 캐릭터는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없고 시청률에서도 어렵다. TV는 다양한 연령의 대중을 대상으로 하기에 소통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부분이 연속극에 나타나는 ‘배두나’의 폭을 전형화 시킨 게 아닐까 한다.

영화는 필요관객에 의해 작품성과 매력으로 대중을 흡수 할 수 있지만 TV라는 곳은 흡수보다는 소통과 이해를 통해 비슷한 눈높이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배두나의 컬트적 영화 속 인물은 TV에서 보기가 어렵다.

즉, TV 속에 ‘배두나’는 다소 엉뚱하면서도 굿굿한 아가씨, 여인 혹은 특이한 사연을 무감스럽게 펼칠 수 있는 독특한 캐릭터의 배우인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TV 시청자들에게 자리 잡았고 그 영역에서 가장 전형적인 배우로 성장해왔다. 물론, 그런 그녀의 시청률은 나쁘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그런 그녀의 모습에 많은 호감을 보였다. 부모님 연령에서 젊은 연령까지 ‘배두나’의 TV 속 매력은 바로 그 엉뚱하면서도 굿굿한 아가씨다. 미혼모일 때도 있고...

<글로리아>는 MBC의 오랜 절치부심 속에 나온 드라마다 KBS2가 코믹과 막장으로 석권하면서 자리를 굳건히 하던 주말에 드디어 대항마가 생겨가고 있다. 근본적으로 다소 4차원인 ‘배두나’에게 신파성 막장은 어울리지가 않는다. 발랄하면서 굳세어라 금순이 스타일의 힘이 느껴지고 시작은 그 예상을 적중시키며 시청자들을 불러 모았다.

그 중심에 물론 ‘배두나’가 있다. TV 만큼은 별 변화 없이 전형적인 모습의 캐릭터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여배우 ‘배두나’가 MBC 주말드라마의 구원을 만들어 줄듯하다. 다만, 그녀의 컬트적 매력을 TV에서는 보기 힘든 현실이 아쉬울 따름이다.

단막극이 다시 부활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녀의 단막극 출연을 기대해 본다. 컬트적인 그녀의 매력을 TV에서 보려한다면 그 부분이 아마도 교차점이 될 듯하다. 단막극 속의 배두나는 충분히 영화 속 매력을 발산해볼 만한 장소다.

추신. ‘배두나’와는 다르지만 항상 주인공이면서 연기변신이 드문 아쉬운 여배우가 한명 있다. 다름 아닌 ‘남상미’... 그녀의 연기를 보자면 참 성장이 느리다...그리고 하나의 캐릭터에서 변화가 없었으며, 전형성에서도 겉도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가 너무 빨리 주연을 차지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일 것이다. 다양한 배역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시간이 ‘남상미’에게는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인생은아름다워>는 잡음이 있기는 했지만 좋은 선택이었다.


항상.. 어설프고 엉뚱한 캔디 혹은 여장부 모습만 하던 그녀가 심리묘사가 필요한 배역으로 자신을 전환시킨 이번 일은 그간 다소 몸으로 연기(마치 슬랩스틱 같은 의미지 다른 뜻이 아니다.)하던 모습에서 한층 더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다. 표현력에서 더 깊이가 만들어져 가고 있는 듯하다. 배역의 중심여부를 떠나 그녀의 연기성장에 도움이 되고 있는 선택이 이번 드라마에 만들어졌다.

 

아..난 '남상미'도 좋아한다. 팬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