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의 매력을 무엇일까? 비록 대중성 확보에는 실패했으며, 아쉬움이 가득한 드라마이지만 이 드라마는 그럼에도 수작이라 불릴만 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남자도 복수극 멜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보통 멜로의 복수는 여자 주인공이 핵심이다. <청춘의 덧>에서 심은하가 연기하듯이 멜로가 복수를 만나면 그것은 여자가 주인공이 되어 극의 흐름을 주도한다. 남자의 배신에 대한 상처받은 사랑의 치유 형태가 복수와 함께 성장하면서 마지막에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형태로 멜로의 복수는 끝을 낸다. 이러한 기본 흐름에 <나쁜남자>는 모든 상황을 반대로 둔다. 상처받은 인물에 남자를 두고 그 대상을 여자로 설정했다. 기존 여자의 멜로적 복수를 남자로 변화시키며 멜로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준 것이다.
남자도 아파한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이는 김남길이라는 카리스마 넘치면서 여성스런 애정을 느끼게 하는 배우 덕뿐이기도 하다. 그는 여성적 섬세함과 남성적 카리스마 모두를 소화해 내고 있다.
대부분의 남자 주인공 중심 복수극은 기업드라마나 권력중심드라마인 경우가 많다. <나쁜남자> 역시 이 부분이 빠진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영역의 강도를 조절하면서 남자의 심리로 들어가 내적 갈등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니까 복수라는 것과 사랑이라는 부분에 묘하게 자리 잡은 것이다.
<나쁜남자> 건욱의 사랑은 어디가 진실일까?
속물적 재인에 대한 헌신, 혹은 정말 사랑을 원하는 태라에 대한 애정, 그리고 지금은 분량이 줄어버렸지만 순진한 모네에 대한 모습. 사실 이 모습 속에 건욱의 마음은 거짓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는 세 사람 모두에게 애정을 보이면서 또한 이용하고 그리고 여기서 갈등하는 심리 주체인 것이다.
그는 사랑을 원하지만 사랑을 피하면서 자신의 복수에 대한 갈망을 보이며 여성적 심리의 복수극 멜로드라마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이 이 드라마의 장르적 실험이다. 남자의 복수와 사랑과 갈등 다만, 이러한 장르적 실험이 대중적인 영역으로 넘어가기에는 쉬운 것이 아닌 면도 있다.
두 번째 드라마의 미덕은 멜로와 미스테리를 결합해보는 장르의 확장이다.
물론, 이런 부분은 새롭다고 할 수은 없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멜로를 바탕으로 타 장르를 흡수하면서 멜로의 다양성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는 한국 멜로드라마의 힘이자 가능성이라 말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다만,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대중성 확보에 모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이러한 장르적 실험이 있는 경우 대중성보다는 마니아 형태로 드라마 팬층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예전 MBC드라마 <달콤한인생> 역시 이 연장선에 있다. 그 드라마 역시 놀라운 영상과 튼튼한 이야기 구조에도 불구하고 낯선 장르형태로 인해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나쁜남자>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두 드라마는 마치 연작 같은 정서가 있다. 남자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으면서 미스테리적 이야기 구조가 메인을 차지한다. 그리고 연민과 갈등을 씌우며 에피소드를 만들어간다.
최근 실험성이 거의 사라진 우리나라 미니시리즈 환경에서 <나쁜남자>는 다시 실험하며 한국드라마의 폭을 넓혀주고 있는 것이다. 비록 대중성에서는 실패했지만 마니아를 잡는 데는 성공했다. 그리고 만약 월드컵이 아니었더라면 대중성 확보에도 성공했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초기 출발이 나쁘지 않았기에 월드컵은 <나쁜남자>를 다시 마니아 드라마로 돌려버렸다. <달콤한 인생>의 가능성을 개화시킬 수 있었는데 그 다음으로 순번을 넘겼다.
세 번째 그 외의 시선을 잡는 것들.
<나쁜남자>는 젊은 배우들의 향연장이었다. 김남길을 비롯해 돌아온 한가인, 조금씩 독특한 캐릭터로 자리 잡은 김재욱, 성인연기에 접어든 심은경, 나름 역할을 소화한 정소민 등 젊은 배우들이 제법 자기 자리를 했다. 그리고 여기에 전작 <달콤한인생>에서 너무나 인상 깊은 모습의 '오연수'가 드라마의 중심을 잡았다. 캐스팅 논란이 있었다지만 그 배역은 '오연수'만이 가장 적절한 자리다. 전작에서 보여준 우울하면서도 내면 깊은 모습은 이제 그녀를 대표하는 그런 모습인 것이다.
물론, 이 드라마는 화보같은 촬영과 음악도 멋이 있다. 마치 찍으면 화보가 되는 배우들과 배경들이 눈을 즐겁게 했다. 그리고 감성적인 음악은 화보를 보는데 깊이 있는 감성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잘 표현했다.
정말 멋진 모습이 많은 <나쁜남자>옜다.
그러나 드라마는 아쉬움이 많았다. 잘될 것 같았는데 못되어서 그런지 그 아쉬움이란 게 크다.
우선은 월드컵이 아쉬웠다. 물이 오르려 했으나 단절되면서 드라마는 흐름을 잃었다. 방법이 없었겠지만 그래도 방법이 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다.
두 번째 아쉬움은 에피소드가 과대했다. 김남길을 중심으로 에피소드를 연계하다보니 복수라는 메인과 멜로가 엉켜서 자리를 잘 못 잡았다. 인물별로 스토리화 했다면 좀 보기 편했을텐데 김남길을 연계해야하는 강박관념이 드라마의 스토리를 좀 진부하게 만들었다. 차리리 개별적 옴니버스를 넣으면서 스토리 흐름을 잡았으면 어떻까하는 바보같은 생각도 들었다.
김남길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좋은 배우들이 많았는데 너무 그를 집중했다.
세 번째는 역시 김남길이다. 강점이자 약점이 되어버렸다. 아직 드라마가 남았는데 군대를 가버린 그의 상황이 아쉽고 아쉽다. 이런 상황에서 드라마가 완성도 있게 종결하기는 어렵다. 작가의 위트와 순발력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모처럼 새로운 형식과 시도를 들고 왔는데 그것을 제대로 볼 수 없게 된 것은 시청자나 제작진 모두에게 아쉬움이자 손실이다.
어찌하건 <나쁜남자>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결과적으로는 낼 수 없었다. 자체발광의 문제라기보다는 외부적 환경에 막혔다는 표현이 더 맞다. 자체발광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컸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하에도 나름 마니아드라마로써 생존해서 그 자리를 그런 대로 지켰다고 볼 수 있다.
기대는 크고 성과는 미미하지만 의미는 상당한 그런 드라마가 <나쁜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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