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화정책이 가장 역동적인 지자체를 들라면 단연 서울시다. 사시사철 다양한 문화행사와 문화자원들이 시민의 눈과 귀를 맞이하고 있으며, 규모에 있어서도 대규모 축제에서 작은 길거리 공연까지 다양하면서도 계층적인 참여도 높다.
장르에 있어서도 대중문화에서 순수문화 및 전통문화까지 상당히 많은 것을 유형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지금 서울은 1년 내내 축제가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러한 축제에 대해 이제는 재검토를 좀 해주었으면 한다. 지금까지는 아직 무엇이 무엇인지 잘 몰랐기에 그리고 기본적인 규모나 양이 적었기에 그 양적인 것을 넓히는데 주요한 고민을 하고 일단 무언가를 해야 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러다보니 다양한 만큼 무질서하거나 맥락 없는 행사들도 많았다. 더불어 과연 이런 것을 구지 서울에서 또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지나치게 광화문 중심적인 행사를 하고 있지 않은가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서울은 한마디로 지나치게 다른 지자체의 노력을 흡수해버리고 있으며, 지나치게 중앙 중심적인 문화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지역 이기적인 모습이 서울시 문화행정에는 보인다. 물론, 의도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성공사례를 검토하면서 그 사례를 서울에 적용시키면서 생겨난 중복성일 것이다. 하지만, 재정이나 자원 기타 모든 기반이 어려운 타 지역에서 만들고 있는 축제의 모습을 혹은 타 지역에서 꾸준히 정체성을 가져갈 만한 행사를 서울시가 기발한 상상력으로 진행하는 것은 타 지역입장에서는 박탈감과 서울의 지나친 과욕을 우려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서울을 제외한 타 지자체는 무엇 하나 만들기가 버겁고 힘든 과정이다.
지난 주 서울시에는 국제 스노보드 대회를 했다. 그것도 대로변 광화문에서 말이다. 이것은 정말 기획자 입장에서는 참 대단한 아이디어다. 차도와 광장을 유용하여 도시 한가운데서 스노보드 대회를 연다. 그것도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의 경기를 보인다는 것은 아이디어와 실행력 차원에서 입이 벌어지는 내용이었다. 정말 그런 상상력을 현실화한다는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과연 이런 것을 꼭해야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 물론, 경쟁력을 따지고 말한다면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서울상대로 경쟁할 만한 지자체가 얼마나 있겠는가? 그리고 더더욱 강원도 지자체에서 서울을 상대로 이런 경쟁을 할 곳이 과연 있겠는가?
도시는 자신의 색과 배경이 있어야 하는데 계속 시설이 될 수 없는 서울에서 구지 그것을 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강원도의 설원과 눈 그리고 겨울 스포츠가 주요한 자원인 곳이 있는데 서울은 그러한 내용을 가져와 버린 것이다.
경쟁에서는 서울이 할 수도 있지만, 균형발전이라던가 지역적 특성의 극대화 차원에서는 서울은 강원도가 가질만한 과실을 빼앗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능력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지 지역적 배려가 무슨 말이냐고 따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경제논리이지 지역균형이나 발전을 생각하는 국가나 공공의 논리에는 적합하지 않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전체적인 배려가 필요하며, 형평성을 극대화하는 게 효율성을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공공기관이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국민들에게 서비스한다면, 사회적 약자이거나 경제적 약자인 국민들은 동사무소에서 등본하나 발급받기가 어렵게 된다. 하지만, 국가는 혹은 공공은 그런 것을 추구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모든 국민들에게서 고루 돌아갈 수 있는 형평성을 제 일의 과제로 생각해야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이념은 자치단체 간에도 유효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서울시의 행보는 한국은 서울이며, 서울이 한국이라는 생각 밖에 없다. 그래서 지자체마다 특색 있어야 할 내용을 혼자서 다 독식하려하거나 타 지자체에서 좋았던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물량공세를 통한 경쟁을 시도하고 있다. 결과는 당연히 서울시가 유리하며, 작은 지자체의 콘텐츠 혹은 내용은 조금씩 약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또 다른 예가 있다면 자라섬 국제재즈 페스티벌이다. 이 행사는 2004년부터 가평에서 상당한 노력과 창의력으로 행사를 기획했으며, 올해 5회를 맞은 행사다. 더불어 가평 지자체와 주민들의 노력으로 지금은 상당한 마니아를 형성하며 나름 입소문을 타면서 가을이 오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그런 수준 있는 행사가 되었다. 한마디로 가평이 만든 대단한 문화행사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성공은 작은 지자체에서 이룬 문화콘텐츠 개발의 모범답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2007년 문득 서울시도 서울재즈페스티벌이라는 것을 만들어 버렸다. 물론, 누구나 이런 것을 기획하고 진행할 수는 있다. 하지만, 비슷한 형태의 페스티벌을 더 우월한 경제적 바탕 위에서 진행하다 보니 자라섬 페스티벌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더불어 나오는 팀도 해를 넘기면서 비슷비슷해지고 있다. 언뜻 홍보에 있어서는 5월은 서울에서 9월은 자라섬에서 재즈를 즐길 수 있다고 서울시는 홍보하지만 한 시즌 앞에서 하는 재즈 페스티벌이 과연 시간적인 균형을 가질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정말 양대 축으로 해보겠다면 재즈라는 음악에서의 특성을 달리해야 하며, 진행하는 기간도 최소한 6개월의 차이는 있어야 말이 된다. 자라섬이 꾸준히 9~10월에 하는 만큼, 이 점을 고려해서 3~4월에 하는 것이 그나마 말이 되는 내용이다.
기간도 근접하고 지향하는 모습도 유사한 형태에서 무슨 차별성이 부여되고 양대 축이라는 식의 의미부여가 가능하다는 것인가? 다만, 서울시의 이러한 모습은 작은 지자체의 성공을 손쉽게 빼앗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서울시 내의 문화행사는 이외에도 충무로 영화제 등등 여러 가지가 더 있다. 물론, 이는 구청단위행사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서울시의 문화적인 탐욕이 모든 것을 다 가지려는 욕구에서 오는 것이다. 마치 대한민국의 블랙홀로써 서울시는 존재하고 비대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정점이 이번 스노보드 대회가 아닌가 생각한다. 서울시가 겨울 동계스포츠를 지속적이면서도 지역 경제에 의미 있는 파급효과를 가져오면서 환경적인 내용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는가?
이벤트성 아이디어로는 놀랍다. 하지만, 그 행사를 위한 돈의 형평성 즉, 시민 세금에 대한 형평성이 그 이벤트에 과연 존재하는 것인지 알고 싶고, 꼭 서울시 지역발전을 위해 그것을 해야 하는지도 알고 싶다. 만약 이 행사를 태백이나 정선시 한 가운데서 했다면 나름 의미 있으면서 도시 홍보에 많은 효과가 있는 내용이다. 이 지역은 스키와 눈의 지역이니만큼 이벤트에 대한 순환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서울은 꼭 해야 했는지 의문스러우며, 그렇게 뛰어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보다 더 서울에 적합한 것을 찾지 못한 것이 아쉽고 아쉽다.
하나 더..추가한다면 대부분의 이런 행사는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광화문, 청계천, 한강 및 고궁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서울시민은 꼭 서울시청 주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넓고 넓은 서울에 축제를 할 곳이 그렇게 한정적인 것인지 알고 싶을 따름이다. 혹, 잘 보이는 곳에서 하는 것이 축제의 효용성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있다. 그것은 전시행정이라는 단어다.
그럼에도 서울시의 축제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인정해줄만한 내용이 충분히 있다. 다만, 이제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서울이라는 도시 정체성에 맞는 선택을 통해 모든 것이 다 있는 서울에서 벗어나, 서울만이 있는 것을 택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모든 지자체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며, 상호 공존이라는 표현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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