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드라마 중에 아쉽게도 최악이었던 드라마가 무엇인가 생각해봤다. 사실 드라마건 무엇이건 개인적 취향이고 최악이니 최상이니 그런 것이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 그래도 내 취향에 따른 호불호 중 최악이라 생각된 드라마 3편을 찾았다.
우선은 <넌내게 반했어>다.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가 너무 의도적이었다. 지나치게 일본시장을 의식해 기획되어 드라마가 가지는 스토리의 힘이 없었다. 일본에서 급인기를 누리는 <미남이시네요>의 후광을 따르다보니 스토리 참신성이 많이 떨어쪘다. 아이디어만 있고 이야기가 없는 그런 드라마였다. 그래서 시청률도 6%대를 왔다갔다 했다.
제작에서도 연출자가 중간에 바뀌고, 또 연출자가 대본작가로 변신하는 신공을 보여주기도 했다. 처음부터 섬세한 기획 없이 연출자 이름과 스타일로 밀고 나간 패해를 보여준것이다.
아이돌 팬층, 일본시장, 연출자이름값을 버무려 드라마한편 뚝딱하려 했으나 이런 의도는 잘 먹히지 않았다. 참 다행스런 결과다. 만약 이런 급조 드라마가 성공했다면 드라마 전체 질적부분이 더욱 날림이 될 뻔했다.
두 번째 드라마는 <스파이명월>이다. 올 드라마이슈 중 가장 큰 화제를 모았다. 다름아닌 ‘여주인공의 미국 도주(?)’다. 제작중인 드라마에서 절대적 비중의 여주인공이 촬영을 접고 일방적으로 현장을 떠나 미국으로 가버린 사건은 한국 드라마 파행 역사에 새로운 한 줄을 올리는 수준이라 하겠다.
물론, 여배우가 현장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으로 몰고간 제작시스템이 사실은 더 문제였다. 조급한 촬영과 무리한 스케줄과 쪽대본 모든 것이 한국드라마 제작현장에서 반드시 개선되어야할 일들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런 이슈를 현장에서 부딪치지 않고 홀로 떠남으로써 모든 문제의 원인을 여주인공 탓으로 돌리게 만들어 버렸다.
특히, 고액 출연료 논란까지 나오면서 여주인공에 대한 시선은 더욱 악화되었다. 열악한 현실에 힘든것은 말도안되는 돈을 받으며 현장을 지키고 있는 스텝과 무명연기자들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들과 함께 그녀가 드라마의 문제를 말했어야 더욱 효과적인 모습일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기에 드라마와 함께 그녀 역시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다.
하여간 <스파이명월>은 이런 내부 자중지란에 묻혀 스스로 몰락해버렸다. 초반에 있었던 ‘독특한 소재와 탑스타(군에서 제대한 에릭씨의 복귀작이기도 하다)들의 출연’ 등에 의한 높은 기대감은 2011년 최악의 드라마라는 오명으로 변한 것이다.
드라마파행의 이러저러한 에피소드들이 오히려 드라마 내용보다 더 파급력있게 회자된 놀라운 드라마가 되었다. 시청률도 6%대로 최악을 보여주었다.
이 드라마는 기본 문제는 작가의 미숙함이 발단이었다. 아직 단편수준의 작가가 첫 장편을 하다보니 발생하는 미숙함을 다른 방법으로 보완하지 못한 제작사의 시스템적 미숙함이 모든 문제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본질은 여배우의 행동하나로 모두 숨어버리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내상을 심하게 준 드라마다. 제작사, 배우, 작가, 방송사 등등 말이다.
마지막으로 <포세이돈>이다. 해양경찰을 소재로한 대작드라마를 표방했으며, 제작비도 최소 80억원이상이 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런 큰 드라마는 예상과는 달리 시청률 8%대로 종영을 했다. 그러니까 이렇다할 이슈하나 만들지 못하고 외형적으로 망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드라마는 ‘아이돌’과 ‘연기파배우’들을 조합하여 나름 연기적으로는 안정성을 만들면서 기획적 능력을 극대화하려 했었다. 단지, 인기로 ‘아이돌’을 내세우기보다는 그래도 연기를 바탕으로 적절한 안배를 목표하면서 흥행몰이를 기대했다.
일반적인 상품성만을 추구하려하지는 않았다. 더불어 나름 진지한 연기도 펼쳐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기획력에서 문제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이 드라마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아이리스>를 필두로 <아테나> 등으로 이어지는 드라마 흐름은 나름 신선한 소재라고 말했던 형식이 재탕 삼탕한 느낌을 들게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너무 식상한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홍콩영화가 잘 된 작품 재탕하는 느낌이랄까 그런 것이 강했다. 더불어 원조라 할 수 있는 <아이리스>도 국내에서는 잘 되었지만 일본내 수익은 형편없었다. 즉, 소재에 따른 이야기 구성이 그렇게 흥미롭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런 식상함이 나름 연기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완성도에서 떨어지는 형태를 보인 것이다. 이야기가 진부 했던 것이다. 문화콘텐츠에서 가장 주의를 요하는 진부함이 <포세이돈>을 침몰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은 이미 <아테나>에서 보였다. 하지만, 이런 <아테나>의 문제를 잘 파악하는데 실패했고 오히려 답습하면서 드라마의 흥미를 떨어뜨린 것이다.
<포세이돈>은 내적피해보다는 외적 수익에 대한 피해가 컸다. 많은 자본이 투자된 기대작이며 나름 해외판매를 예측한 그림이었는데 이렇다할 실적없이 사라진 것이다. 큰판에 맞는 큰판의 수익창출이 없었다. 물론, 드라마 스토리의 진부함이 모든 일의 문제를 만든 것이다.
이상 세편이 2011년의 최악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완성도적인 측면 뿐만아니라 기대수익적 차원에서도 이 세편은 아쉬움을 크게 남겼다. 물론, 이 세편 외에도 몇 편이 더 있다.
이를테면 많은 투자대비 별 성과 없었던 <아테나>, 작품은 좋았지만 편성 혹은 식상함에 힘을 빼야 했던 <지고는 못살아> <나도, 꽃> 같은 드라마다. 사실, <아테나>의 경우는 <포세이돈>이라는 드라마가 없었다면 이 드라마를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포세이돈>의 실패는 <아테나>를 상대적으로 덜하게 느끼게 했다. 또한, <지고는 못살아>와 <나도, 꽃>은 시청률이 안좋기는 하지만 나름 드라마의 완성도나 내용에서 호평이 상당히 있었다.
** 졸린닥 김훈..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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