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중 가장 이슈가 된 드라마가 있다면 단연 시청률 5%로 종영한 <스파이명월>이다. 더불어 시청률이 아닌 현장을 박차고 나간 ‘예슬씨’의 미국도피(?)가 핵심이다.
현장을 신성시하는 우리 풍토상, 여주인공이 촬영 중 현장을 떠나 바다건너 미국으로 가버린 경우는 상상하기 힘들다.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현장을 지키며, 일단 드라마는 제작하면서 어떤 결론을 만들어 내는 정도다. 그런데 ‘예슬씨’는 과감히 한국을 떠났고 엄청난 비난을 받으며 다시 돌아와야 했다.
그럼 왜 ‘예슬씨’는 돈도 많이 받는 여주인공을 하면서 이렇게 무리수를 두었을까?
그것은 드라마 제작현장의 어려움 때문이다. 드라마 <스파이명월>은 사실 어느 정도의 기대작 이었다. 군대에서 돌아온 스타 ‘문정혁’과 통통 튀는 연기의 독특한 캐릭터 ‘한예슬’ 주연에 드라마 극본 공모전 수상 작품과 무리 없는 제작능력을 보여준 ‘이김프로덕션’이 조합된 꽤 좋은 라인업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이 드라마가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신인작가의 집필능력을 시작으로 배우와 제작진이 우왕좌왕하며 방향성을 상실해갔다. 이러다보니 대본은 위태위태했고 결국 중간에 작가가 교체 되는 일까지 발생했다. 자연히 촬영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으며 한자리 시청률을 보였다. 그리고 이런 엉성한 제작현장을 참지 못한 ‘예슬씨’가 현장을 떠나버렸다.
드라마는 보통 편성부터 약 길면 6개월, 짧으면 4개월가량을 촬영하며 제작흐름을 이어간다. 사실 이렇게 해도 우리나라 동시제작흐름에는 숨 가쁜 게 현실이다. 특히, 시청자 반응이 예측하지 않은 형태로 흐를 경우 대본과 배우 설정이 변화하면서 제작의 어려움을 더욱 가중시킨다.
그런데 <스파이명월>에는 이를 막아줄 사전기획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시청자 기호에 충족하는 드라마를 만들려면 제작진의 신․구조화와 다양한 경험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이디어만 있는 ‘신인작가’와 첫 단독연출의 ‘감독’, 그리고 경험 부족의 젊은 주인공뿐이었다. 현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 소통하며 이끌어 갈 경험자가 없었다. 결국 머리 복잡했던 ‘예슬씨’는 <스파이명월>의 무게감을 못 이기고 일종의 가출을 감행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위기 상황은 제작진에게는 탈출구가 되었다. 한마디로 그간의 모든 문제는 현장을 떠난 여배우 탓이 된 것이다. 시청률 5%와 결방의 책임은 이제 ‘예슬씨’ 몫이 되었다. 엄밀히 따지만 이런 어설픈 제작조합을 만든 제작진의 책임이 크다.
그럼에도 ‘예슬씨’의 현장 가출은 막막한 구석이 많다.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사상 최고의 사건은 <명성황후>에서 여주인공 ‘이미연’이 드라마 연장에 반발하여 ‘최명길’로 교체된 일이다. 하지만 ‘이미연’을 일방적으로 타박한 내용은 거의 없었다. 그녀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었고, 제작진 역시 그녀의 주장에 수궁하며 주인공을 대처하는 형태에서 최선의 마무리를 했다.
그런데 ‘예슬씨’의 제작현장은 소통 같은 게 없었다. 결국 파행이 되었고 사건하나를 만들게 된 것이다. 아쉽게도 원죄는 ‘제작진’에 있지만 이슈는 ‘예슬씨’가 만들어 버렸기에 더 많은 시선이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요즘처럼 주연배우 몸값이 높은 시절에 보인 행동이기에 그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일반인의 시선은 ‘예슬씨’에게 냉정할 수밖에 없다.
5% 드라마 <스파이명월>은 안타깝지만 결국 ‘예슬씨’가 짊어져야 할 그런 사건을 스스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누구는 드라마 사전제작을 이번 <스파이명월>건을 들어 말하는데 그건 또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지상파방송사 중심의 우리나라 현실에는 적합성이 떨어진다. 더불어 몇 편의 사전제작 드라마도 대부분 실패하고 말았다.
- 프리미어 한국판 시즌북 2011 10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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