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도 여전히 ‘최고(最高)’는 김수현작가다. 그녀가 세상에 등장한지 40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우리나라 최고다. 사실 그녀가 최고(最古)였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그녀를 넘는 작가가 있고 그랬다면 좀 더 드라마가 체계화 되었을지도 모른다. 고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판은 더 좋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김수현 작가는 처음부터 최고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2년도 작 ‘새엄마’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며 지금의 ‘김수현’을 만든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일일극을 홈드라마를 만들어낸 것이다.
어찌하건 이런 김수현이 시간이 2011년에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가 아니라 연륜이 쌓아가면서 그녀는 가정에서 사회로 다시 사회를 가정으로 옮기면서 이야기를 해오고 있다. 그러니까. 사회에 변화를 원하면 홈드라마를 통해 어떤 이상을 제시했다. 가장 흔한 예가 그녀의 드라마에 종종 보여주는 구식집안과 신식집안과의 설정과 갈등이다. 여기에는 절대적 선악보다는 필요와 환경에 따른 선택을 보여주었다. 어찌하건 그녀는 그런 모습을 통해 그녀가 꿈꾸는 혹은 변했으면 하는 세상을 전하며 계몽적인 태도를 보였다.
또한 사회의 새로운 가치에 대해서도 그녀는 스스로 주저하지 않았다. 피안으로 빠지거나 몽상으로 종결하기 보다는 사회의 주목을 한눈에 받으며 치열하게 대처해 갔다. 변화된 부부의 위상, 가족, 어머니의 위치, 사랑(이성, 동성) 등을 그녀는 그대로 담아 세상의 편견에 주저하지 않았다. 어찌 보면 그녀이기에 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녀가 여전히 그 나이에도 치열하게 작가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기억의 편린을 들추는 것이 아닌 마주선 세상에 소외되거나 부조리한 것에 대해 과감하게 돌진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겁이 많아지는데 김수현은 여전히 두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접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기존의 성품인 어머니의 이상성을 지킨다거나 기존의 고전적인 행동양식으로 돌아간다거나 이런 선택을 그녀는 하지 않았다.
이런 작가 김수현의 모습은 가끔 겁이 난다. 나이가 들면 유화롭게 변한다던데 그녀는 절대 끈을 놓지 않는다. 그녀의 드라마에서 중추를 보자면 여자 혹은 엄마로 대변된다. 여자 혹은 엄마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의 흐름을 잡으면서 세상의 변화와 소외 그리고 그늘을 어루만지거나 변화를 택한다.
그 점이 무섭다. 전통 혹은 기존의 가치를 선택하기보다는 그녀는 조금이라도 변화된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가장 최신작이었던 (사실 내가 사십대이기는 하지만 그녀의 70~80년대 드라마는 본적이 없어 말하기가 누추하다.)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면 고령의 시어머니가 보여주는 선택과 사랑은 상당히 진보적인(?) 내용이었다.
남자를 사랑하는 손자를 사랑하는 가족이기에 보듬고,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의 아픔을 큰 울타리에서 지켜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게 기존의 가치에서 벗어나든 그렇지 않든 바다와 같은 어머니의 마음으로 담는다. 물론, 여기에도 내면적인 갈등은 있지만 결국은 변화를 수용하며 한걸음 또 걸어가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발전하는 것인지 퇴보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떤 평등한 인간애 같은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사회적인 상태로 말하는 것이 아닌 인간이기에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식이 항상 엄마 혹은 여자를 통해 그려진다.
어찌 보면 참 단순한 가치인데도 젊은이 보다 더 편협함 없는 선택을 그녀는 여전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즘대면 그녀는 완전 대마왕같은 사람이다. 그런 김수현작가가 올해 신작을 들고 온다. 꾸준한 창작열은 쉼없이 달리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귀 따가운 대사투가 가끔 싫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녀가 보여주는 대중적인 힘과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기대는 역시 여전하다.
** 졸린닥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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