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웬수>는 나름 좋은 드라마다. 특별한 악역 전개 없이도 이야기의 구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이어가고 있으며, 과도한 설정이나 무리한 억측이 비교적 적다. 더불어 내용에 있어서도 '이혼'과 '재혼'이라는 나름 심각할 수 있는 인생의 현안을 일반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며 인생사에 일어날 수 있는 하나의 과정으로 눈높이를 낮추는데 성공했다.
사실 우리 일상은 이혼과 재혼을 아직도 심한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크다. 물론, 이런 과정이 없다면 더 좋을 수 있겠지만 이 과정을 가는 사람들 역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지나치게 스트레스로 받아들인 다는 것은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못하다.
어찌하건 <이웃집웬수>는 이러한 모습을 비교적 담당하면서도 양자의 시선에서 풀어오면서 견고한 시청률과 시청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는 아쉽게도 드라마틱한 것이 없다. 물론, 재혼의 모습이 그럴 수 있다지만 그래도 그게 극적인 상황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더불어 이미 좋은 드라마 평을 받는 입장에서 무리하게 드라마틱한 것을 입히기도 사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막장'드라마라는 것에 눈살을 찌푸리는 상황에서 '드라마틱한 상황'은 무리수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혜숙'의 등장은 그 경계를 묘하게 넘어가면서 <이웃집웬수>에 없었던 드라마틱한 모습을 넣어주고 있다. 그것도 멜로드라마의 한 모습으로 말이다. 언뜻 보면 '이혜숙'이 이상한 악역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작가의 구성력과 그녀의 무심한 듯한 연기가 탄탄한 구조의 삼각관계를 만들었다.
물론, 이 관계에서 악역은 '이혜숙'이다. 그리고 '김미숙', '홍요섭'은 안타까운 중년의 멜로드라마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여기서 안타까운 멜로는 '이혜숙'이다. 사랑을 주지도 받지도 못하는 여자의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스스로도 그 사실을 알면서도 그 끈을 잡고 싶어 하는 미련이 있다.
멜로드라마의 전형이다.
<이웃집웬수>는 후반부에 접어든 현재 중년의 멜로드라마를 나름 구성력 있게 그려내고 있다. 물론, 초반에는 과한 설정이 있었으나 입장을 바꾸면 이해가 갈 법도 한 행동이었다. 돌아올 줄 알았던 남편의 사랑이란 기다린 부인입장에서는 분노의 입장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드라마의 긴장감이 만들어 지면서 다소 밋밋하게 이어지던 드라마는 멜로의 한 전형을 구사하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막장의 경계를 피하면서 서로의 감성을 대변하며 이야기의 구성력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 드라마는 작가의 구성력과 중견연기자들의 여운 있는 연기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이웃집웬수>는 한회 한회가 상당히 궁금한 그런 드라마로 계속 힘을 받고 있다.
* 졸린닥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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