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산업

KT-KTF 통합의 의미

졸린닥 김훈 2009. 3. 30. 16:28

최근 KT가 하나의 깃발아래 모든 것을 아우르는 구조변경을 이루었다. 그리고 이러한 KT-KTF 통합에 맞추어 글로벌 미디어사업을 확대한다는 발표를 했으며, 특히 방송부분에 대해 기존 사업분야 만큼의 애정을 보였다.

 

이번 KT와 KTF 통합을 허용해준 배경을 보면 미국의 거대 미디어 기업을 염두에 둔 모습이기도 하다. 한국도 미국과 같은 거대 미디어 기업의 출현을 통해 관련 산업의 성장과 경쟁력 강화라는 화두를 잡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대중문화산업 혹은 문화산업의 촉매제로 활용하여 문화산업의 시장능력강화라는 원대한 밑그림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예전 한국의 산업발전이 대기업 중심으로 촉진되었듯, 문화산업 혹은 미디어 산업 분야에서도 일정수준의 기업이 아닌 집중지원을 통한 대기업 중심 성장을 의도한다. 그러나 산업의 주안점을 어디에 두냐에 따라 이번 합병 승인의 논의는 더욱 그 정당성에 이견이 가능하다.

 

하나. 미디어산업 혹은 인프라산업적 측면

만약 네트워크와 미디어산업의 수평적 통합 혹은 多미디어 확보를 통해 수익윈도우 극대화라는 측면에서는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KT통합구조 산업발전에 유리한 점이 많다. 특히 투자에 있어서도 회수 가능한 수익 및 매출 예상이 내부적 제어를 통해 가능하므로 多미디어 혹은 다채널기업의 강점은 하나의 채널만 보유한 기업과는 그 지위가 확연히 다르다. 그러므로 이번 통합은 상당히 관련 산업 발전에 순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둘. 콘텐츠제작에 대한 측면

다만, 문제가 된다면 바로 이 부분이다. 제작 측면으로 진입을 한다면 KT는 방송국에 맞먹는 힘을 가진 또하나의 슈퍼갑 탄생을 보일 것이다. 더불어 자체 제작사의 이권집중으로 기존 중견 제작사의 경쟁력을 오히려 떨어뜨려 제작풍토의 다양성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은 큰 기업 아니라 다양한 기업이 많이 존재하는 것인데, KT-KTF 통합이 제작시장까지 힘을 발휘하게 된다면 다양한 기업들은 존재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사실 현재도 KT나 KTF는 모바일 및 관련 시장의 슈퍼 갑으로 존재해왔다. 그런데 통합을 한 상태에서는 그 독점적 지위가 남용된다면 콘텐츠 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순기능적인 요소보다 더 크다. 특히 중간단계의 회사 그러니까 콘텐츠 중계 및 가공하는 회사의 존립기반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산업적인 변화에 따른 도태일 수도 있지만 통합된 KT가 어떠한 사업기반으로 이동하냐에 따라 우리나라 콘텐츠제작분야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이다. 더불어 우리는 이미 이와 유사한 경험을 해보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멜론’과 ‘도시락’이라는 통신사 자체 음원 공급 및 음원가공사업 진출이다. 전에는 중계 기업이 있어서 음원사와 통신사를 연결했지만 멜론과 도시락이라는 서비스가 런칭되면서 관련 기업이 설 자리가 급격히 축소되었다. 다양한 중간 기업들의 생태기반이 일시에 사라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산업구조에 따른 어쩔수없는 선택일수도 있지만 독점적 지위에 있는 기업만이 유발할 수 있는 생태기반 변화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즉, KTF와 SKT가 다르게 접근했다면 관련기업 생태는 더 지속되거나 또다른 형태의 발전 또는 다른 선택이 스스로 가능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선택할 시간없이 퇴출이라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어찌하건 통합된 KT가 나온다는 것이 좋고 나쁨의 가치평가가 명확한 것은 아니다. 그 기업이 어떤 형태로 발전하느냐에 그 명암이 있는 관계로 작은 기업들과 상생해가며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행이, KT는 특정 사주가 없는 기업으로 이러한 접근이 오너중심 기업에 비해 덜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 지나친 낙관일까?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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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문화전략연구소 (http://www.culturenomic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