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아랑사또전>의 문제는 작가의 분량조절 실패가 컸다. 초반 너무나 그럴싸하고 흥미진진했던 단서들을 이제는 무슨 창고 대방출하듯 풀어해치고 있다. 그런데 그 방법이 무슨 다큐멘타리도 아니고 다 회상씬을 통한 설명이다.
드라마가 기승전결을 통한 논리적 힘이 있는게 아니라 그냥 나중에 이래서 그런거야 하는 식으로 일단락하면서 이야기의 바탕을 깔아버리고 있다. 정말 작가의 한계를 여실히 느끼게 한다.
처음부터 작가는 자신을 너무 과하게 생각했다. 많은 단서들을 통해 추리극과 멜로의 혼합이 가능할 것이라는 능력과신이 갈수록 이도저도 구성력없는 그런 모양새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풀면서 해결되어야 하는데 그냥 회상씬 하나로 '마치 카더라 통신'처럼 그렇게 마무리를 하고 있다.
뭐 이제 거의 모든 것이 다 해결된 상태가되었다. 박진감 그런거 일절 무시하고 탄탄한 구성 그런거 다 같다 버리고 말이다. 다만, 작가의 양심인지 원인과 결과는 참 열심히 집착하고 있다.
드라마가 무슨 과학도 아닌데 원인과 결과에 이리 집착하며 이야기의 맥을 던져버리는지 정말 아쉽다.
하여간 드라마 작가의 실패는 결국 드라마의 실패를 만들었다. 초반 배우좋고, 느낌좋고, 기세좋던 모습은 이제 던져진 단서들을 그나마 풀어주는 것으로 끝을 내고 있다.
주변인물의 활용에 있어서도 작가는 참 영양가가 없었다. 그냥 단서를 풀기위한 도구로 잠깐 잠깐 사용했을 뿐 이렇다할 이야기가 없다. 최소한 미니시리즈라면 2~3개의 스토리 라인이 겹치면서 이야기를 진전시켜야 하는데 <아랑사또전>는 초반의 과욕으로 자기이야기 하나 하는데 시간을 거의 다썼다. 그리고 그렇게 하다보니 이제 막판에 오니 오히려 시간이 많이 남았다.
보통 작법은 건축에 비견된다.
치밀하게 설계도를 얼마나 잘 짜는지에 따라 극의 완성도가 높다.
<아랑사또전>은 초반 그럴싸했던 의욕을 시간이 갈수록 해결하기에 급급했고 결국 전반전인 시간배분의 실패를 경험하는 그런 드라마가 되었다.
작가 입장에서는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갈수록 졸작이 되어버린 드라마를 보고 있자니 초반 보여진 기대치가 너무나 아쉽다. '이준기, 신민아'를 비롯한 나름 캐릭터있고 연기되는 쟁쟁한 배우들이 너무 한게없이 끝나가고 있어 실망스럽다.
이런 실패의 원인은 이미 말했듯 구성력의 실패다. 특히, 회차 구성에 대한 작가의 능력이 아직은 아니었다.
케이블<별순검>시절의 성공적이던 작법기법을 <아랑사또전>에 일부 가져와 초반 호평을 받는데에는 성공적이었지만 이야기 전체를 배치하고 극적 긴장감이나 완급조절능력에 있어서는 어느것 하나 성공적인게 없었다.
그리고 가장 아쉬운 것은 작가적 개성이 있는듯했는데 전혀 안보였다는 점이다. 초반에는 어떤 작가적 특징이 좀 있는 것 같았는데 갈수록 기존 드라마 방정식을 따라하기 급했고 그러다 보니 그저그런 졸작으로 드라마는 끝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의미를 부여해주고 성공적이다라고 평하는 사람도 좀 있기는 하지만 그런 말을 하기에는 드라마의 완성도가 지나치게 떨어져 버렸다. 그냥 사건을 만들고 나중에 가서 설명하는 작법은 아직 한참 더 습작이 필요한 상태라 말할 수 있다. 지금껏 본 드라마 중에 자신이 던진 단서를 이렇게 모두 설명문으로 해결한 드라마가 또 있었는지 문득 궁금한 정도였다.
완전 용두사미가 <아랑사또전>이다.
아쉽고 아쉬운 신민아와 이준기다.
추신. 그래도 작가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자신의 작법 한계가 무엇인지 스스로도 명확하게 알게 한 작품이고 더불어 초반 분위기가 좋았기에 나름 주목을 받기도 했다. 따라서 정윤정작가에게 <아랑사또전>은 충분히 작가적으로 성장하는데 큰 발판이 될 만하다.
** 졸린닥 김훈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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