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무언가 보여주는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졸린닥 김훈 2011. 10. 13. 12:20

1, 2회를 통해 무언가 보여줄 것 같은 드라마가 서서히 무언가 보여주기 시작했다. 화려한 드라마 라인업보다는 구성과 내용의 치밀함을 통해 단숨에 시청률은 16%대를 진입했다. 시청자의 굳건한 지지를 받은 <공주의 남자>가 종영하자 그 밑천을 그대로 흡수한 것이다.


<뿌리깊은 나무>가 보여주는 지금까지의 장점을 잠깐 보면..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이 드라마에는 몇가지 장점이 벌써부터 보인다. 우선은 작가 김영현의 꾸준한 실험과 안정감이다. 김영현 작가는 여러가지 사극을 집필하면서 새로운 실험을 보여주었다. 통사중심적인 사극에서 주변인 혹은 일화를 통해 사극의 흐름을 만들어 보였다. 이번에도 역시 그런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원작이 있는 드라마라 그것을 전적으로 작가의 공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원작을 극화하는 것 또한 또다른 창작의 영역이다. 그런 면에서 김영현작가는 역시 기대만큼의 모습을 일단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송중기과 백윤식씨.. 이 두 배우는 짧은 출연분이면서도 엄청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송중기의 경우 여린듯한 외모를 보이면서도 강인한 선을 보이며, 초반 세종의 심지를 그리는데 공헌하고 있다. 이 젊은 배우가 이렇게 급성장하게 될 줄은 몰랐다. <성균관스캔들> 이후 송중기는 아이돌스런 외모로 사극을 접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독특한 느낌으로 말이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사극 배우는 강한 카리스마를 중심으로 극단을 서는 경우가 많다. 송중기처럼 곱상한 외모로 사극에서 힘을 발휘하기란 쉽지 않고 그런 상상을 해본적이 비교적 짧다. 그러나 <성스> 이후 우리 사극에도 이제 곱상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의 사극스타일이 나오기 시작했다.


더불어 백윤식씨.. 언제나 존재감이 큰 배우인만큼 극 초반 흐름을 장악하면서 드라마의 시작점을 힘있게 끌고 가고 있다. 이는 이후 드라마 이야기에 반전의 구심점인 만큼 짧지만 강렬한 그 무엇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 역활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사실 이런 중견배우는 어디에서나 자기 역활을 해보인다. 중요한것은 이런 역할의 배우를 잡아오는 캐스팅 능력이다. 그런 면에서 초반 캐스팅 송중기와 백윤식은 완벽한 성공이었다.


갈등의 축으로 짧지만 강한 인상을 보이며 아쉬움 가득한 모습으로 드라마에서 퇴장할 것 같다. 시작하자마자 아쉬운 배역의 퇴장이 있는 드라마... 역시 김영현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쓸때없는 것이지만... 다름 아닌 '장혁'분의 아역이 과도하게 연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상당히 연기에 몰입하고 있고 좋은 연기처럼 보일수 있다. 하지만, 부드러움과 차가움이 지배하는 극 초반에 '채윤 아역' 부분은 과하다. 보통의 '아역'들이 보여주는 수준의 연기였으면 오히려 좋았을텐데... 과함이 좀 아쉬웠다.


물론, 이런 아쉬움은 그냥 너무 좋은 형태를 보여주는 드라마에 대한 투정일뿐 <뿌리깊은 나무>의 기대치는 점점더 커져가고 있다. 더불어 초반의 이 좋은 흐름을 성인연기자까지 잘 이어져 좋은 형태의 또다른 사극의 진화를 보고 싶을 뿐이다.


사실, 최근 우리나라 사극은 상당한 진화를 보여주고 있다. 예전 통사중심의 사극에서 일화 중심도 나오고 다양한 시각의 재구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사극에 대한 고정관념을 넓히면서 우리나라 과거사에 대한 이야기의 폭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는 또다른 사극의 확장을 보여줄 것 같은 기대감을 더더욱 크게 한다.


작가 김영현의 진화는 한국 사극의 진화에 맞물려 있는 듯하다. 그녀가 보여준 사극의 여성적 섬세함이 이 드라마에서는 어떨지 궁금하다. 초반은 송중기가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 졸린닥 김훈...총총